처음 코칭훈련을 받을 때의 일이다. 훈련 중에는 교육생들끼리 짝을 이뤄 상호코칭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15~20분 정도의 대화를 나눈 후에, 서로 코치와 고객의 입장에서 느낀점을 짧게 나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피드백이 대부분 비슷했다. 머리 속이 복잡했는데, 생각이 좀 정리되는 느낌이다. 표현은 조금씩 달랐지만, 대략 이런 내용들이었다. 나 역시도 대부분 그런 피드백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사실 내게 그 말의 뜻은 "코칭대화를 나누기 전보다는 좋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인상깊은 대화는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나만 그런 것인가 싶어 주변에 여러 사람에게 그러한 피드백의 진짜 의미를 물어봤다. 대답은 거의다 비슷했다. 정말 단순히 생각이 정리되었을 뿐, 그 이상은 아니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다시 좀더 리얼한 표현으로 바꿔쓰자면 "안하는 것보단 낫지만, 굳이 비싼 돈을 주고 나눌 정도의 대화는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물론 이는 훈련을 받는 초보코치들의 코칭대화였고, 그 시간도 매우 짧았다. 그런데 이런 일은 실제 코칭현장에서도 꽤 많이 일어난다. 좋긴 하지만, 그리 강렬하지는 않은 정도의 코칭대화.
코칭은 주로 코치와 고객의 대화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코칭대화가 단순히 코치와 고객이 나누는 대화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코치라 하더라도 코칭대화를 하지 못할 수도 있으며, 거꾸로 코치가 아니라 하더라도 코칭대화를 할 수도 있다. 코칭대화는 일반적인 대화와는 다른 나름의 색깔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냥 코치와 고객이 나누는 대화라 하지 않고, 코칭대화라 하는 것이다.
코칭대화는 분명한 목적을 갖는다. 그 주제가 무엇이 되었건, 근본적으로는 고객의 변화와 성장이라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또한 나름의 구조도 가지고 있다. 어떤 이야기를 할 수도 있지만, 그 대화는 코칭이 갖는 구조 안에서 대화가 이루어진다. 축구 경기는 축구장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코칭대화는 나름의 독특한 성격을 띠게 되는데, IAC 15 proficiencies 문서에서는 코칭대화의 특징을 provocative라는 단어로 설명한다. 또한, 이 단어의 느낌을 전하기 위해 대비되는 단어로 evocative라는 단어를 제시한다.
provocative의 사전적 의미는 '도발적인,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이다. 반면 evocative는 '주의를 환기하는, 좋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의 의미를 지닌다. 느낌이 어느정도 전달될 것이다. 코칭대화가 도발적이라고 해서, 고객을 적대적으로 대하거나, 고객이 말하는 것에 사사껀껀 딴지를 거는 대화는 결코 아니다. 그래서 코칭대화는 그저 주의를 환기하는 정도의 밋밋한 대화와 고객에게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대화 사이에서 그 선을 적절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코칭대화는 즐겁고, 흥미로워야 한다. 여기서 즐겁다는 말은 단순히 재미있는(interesting) 의미와는 다르다. 재미를 넘어 몰입할 수 있고, 빠져들 수 있어야 한다. 예상 밖의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서 몰입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코칭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5분이 되었건, 1시간 혹은 2시간이 되었건, 그 시간 중에 적어도 한 번은 눈이 반짝이거나, 뒷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이 정신이 번쩍 드는 순간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코칭대화의 묘미이자 조건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provocative와 함께, '도전적인, 반전이 있는' 이런 수식어를 덧붙이고 싶다. '유즈얼 서스팩트'나 '식스 센스'와 같은 기막힌 반전으로 긴 여운을 남기는 그런 대화였으면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과학자의 태도라고 말하고 싶다. 혹은 탐정의 태도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끊임없이 궁금해하고, 끊임없이 확인하고, 진실이 무엇인지 끝까지 파해쳐보려고 하는 그러한 태도 말이다. 코칭대화에서 서로의 몰입도가 떨어질 때가 있다. 또한 겉으로 보기에는 흠잡을 데 없이 잘 흘러갔지만, 뒤돌아보면 남는게 별로 없을 때도 있다. 이유야 여러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맥락을 이어가자면, 그것은 코치가 위의 태도를 잃었기 때문이다. 코칭대화 내내 이러한 태도를 유지하지 못하면, 고객이 들려주는 수많은 언어적, 비언어적 신호들을 흘려버릴 수 밖에 없다. 지루해지는 혹은 밋밋하게 흘러가는 분위기를 단 번에 뒤집을 수 있는 힌트들은 계속 주어지고 있지만,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저 텍스트만 서로 주고 받는 생명력없는 대화이다. 코칭대화는 시간이 정해져있다.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그저 언젠가 그러한 반전의 순간이 오겠지 마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기다리기만 하면 아마 영영 오지 않을 것이다), 코치가 그 순간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그 순간은 시간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순차적이고 선형적인 과정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느 순간 각본없이 찾아오는 비선형적인 찰나이다. 축구선수에게 골 결정력이 필요하듯, 코치에게는 그러한 순간을 만들어내는 결정력이 필요하다.
